10월이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이 마무리되는 시즌이다. 특수교육대상자란 무엇인지 썰을 풀어보려 한다.
처음 온이가 만 3세로 공립 유치원에 들어갈 때 단순히 언어지연만 있어서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해야하는지 아닌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추후에 유치원에서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가 좀 남다르다(?) 말씀하실 것을 우려해서 일단은 특수교육청에 문의해 보기로 했다. 각 시마다 특수교육청이 있어서 특수교육대상자가 되려면 전화로 면담 신청을 예약해서 방문해야 한다. 이 때, 반드시 아이도 동반해서 같이 면담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많이 생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처음에는 아이와 같이 가는 것이 좋다.
온이와 정확히 유치원 입학 전에 특수교육청을 방문했다. (강남구, 서초구는 대청초등학교 안에 특수교육청이 있다.) 당시에는 온이 지능검사에서도 (웩슬러 3판) 87점이 나왔고, 가위로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모두 오릴 수 있는데다 워낙 종이접기나 레고, 퍼즐을 좋아해서 소근육은 나쁘지 않았다. 아이와 면담할 때는 아이가 소근육을 잘 활용하는지 말은 어느 정도 하는지 확인해 주신다. 온이 면담하셨던는 분은 단순 언어지연이고 1년 남짓 지연이라 특수교육대상자는 안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면담 후 특수교육청 선생님들끼리 아이의 지능검사 자료나 치료 기록지, 아이의 상태를 갖고 면밀히 검토 후, 보호자에게 연락이 오는데 우리는 당연히(?) 탈락되었다.
하지만 그 후, 유치원에서 크고 작은 문제 -언어가 늦어 행동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친구들과 다툼이 있거나 할 때 친구를 때리거나 밀치는 경우들이 있었다. 요즘은 피해 아동의 엄마들이 간단하게 넘어가지 않아서 가급적이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온이의 경우도 피해 아동의 엄마가 다른 엄마들에게 온이에 대해 나쁘게 소문을 내서 본의 아니게 나는 유명인이었다. 친구와 다툼이 있을 때 온이는 언어 소통이 잘 되지 않으니 친구에게 모래를 뿌린다던가 블록을 던지는 경우가 있어서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왔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특수교육반 (도토리반)에 넣어볼까 하셨었는데 인원이 너무 많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특수교육청을 방문했다. 9월 즈음이었던 것 같다. 면담하러 갔을 때,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런 일들을 특수교육청에 가서 모두 얘기를 했고, 지능검사 (웩슬러4판)는 76점에 ADHD, 학습장애 진단이 나와서 다행히 이번에는 특수교육대상자가 되었다. 경계선 지능은 특수교육대상자가 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특수교육청에서 면담 선생님이 다소 까다롭게 말씀하셔도 우리 아이가 왜 특수교육대상자가 되어야 하는지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하겠지만, 발달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들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배로 많다. 센터마다 예비 초1을 위한 학교준비반이 있어서 6세 후반쯤 센터에 수업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온이는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서 진행하는 초록학교와 "사랑의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학교준비반을 다녔다. 초록학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중도에 포기했다. (사랑의 복지관의 경우, 한 달에 40만원이었다. 주2회 3시간씩 수업을 하는 거라 전혀 아깝지 않았다.) 1년 동안 환경도 학교의 교실과 비슷하게 꾸며놓고 실제 교과서로 예습을 하기 때문에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조금 늦된 친구라면 꼭 학교준비반을 보내볼 것을 권한다.
보통 발달지체, 장애가 있는 학부모라면 초등학교를 보낼 때 많이 주저하고 고민한다. 1년 유예를 하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일반 학교로 가야하나, 특수 학교로 가야하나.. 나도 한 때 많이 고민했었는데 학교 준비반이라는 사회성 그룹을 하면서 온이가 한글을 쓸 수 있고 수학에서도 가르기 모으기가 가능한 것을 보고 유예없이 입학시켰다. 단, 특수교육대상자 이면서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도움반 선생님도 담임 선생님도 두 분 모두 1학년 특수교육대상자라면 눈여겨 지켜보시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다. 온이가 친구가 자신을 함부로 대할 때도 담임 선생님이 자신을 보고 있더라는 말을 했을 때 나도 온이도 좀 더 학교 생활에 자신감이 붙었다.
특수교육대상자가 되면 특수반 선생님, 담임 선생님, 학부모 3자 대면 뿐 아니라 굳센카드 (바우처)로 월 12만원 가량의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지금 이 바우처는 온이의 언어 그룹 치료비에 쓰이고 있다. 또, 특수교육대상자는 따로 도움반에서 방과 후 수업도 진행한다. 온이는 특수교육대상자 비공개 대상자라 도움반에서 방과 후 지원되는 미술 치료나 체육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보통은 도움반을 국어, 수학, 영어 시간에만 가는 특수교육 대상자 친구들은 방과 후 수업도 하고 오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처럼 비슷한 시간에 하교한다. 일반학급에서 완전통합으로 수업하는 온이의 경우는 사실 학급 수업의 참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다면 완통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적응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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