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아이들이 좀 어눌하거나 느린 친구들을 보면 "너 장애인이냐?" 혹은 "너 경지냐?(경계선 지능인)"라고 놀리는 아이들이 있다. 5학년 4월에 문득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하이톡이 왔다. 아이가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하면서 자신이 장애인이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4학년과 5학년에 학교에서 있었던 별로 좋지 않은 상황들을 얘기해보려 한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부모들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부모들은 당황하고 아이도 더 불안해할 수 밖에 없다. 일단, 4학년 가을에 있었던 일들을 보자.
우리 아이는 경계선 지능이지만 5학년 올라오기 전 지적장애로 등록을 한 상황이었다. 지능점수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웩슬러3판으로 87, 그 후 웩슬러 4판으로 초1 78, 초2 77, 초3 72.. 언어치료와 특수체육, 사회성 수업을 받아왔지만 점수는 의미가 없었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또래 아이들이 크게 우리 아이를 다르게 보지 않았다. 성적도 모두 잘함이었고 오히려 우리 아이가 오지랖이 넓어서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물론 여자 아이들이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려고 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이 되자 반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느린 학습자들은 담임 선생님의 처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눈치가 생겨서 담임 선생님께서 느린 학습자들을 귀찮아 한다던가 하는 눈치를 너무 빨리 알아챈다. 4학년과 5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대하는 것이 너무 극과 극이어서 너무 비교가 되었다. 4학년 담임 선생님은 1학기 초에는 개별화회의 때만해도 온화하게 웃으시면서 "온이가 학습을 잘 따라와서 제가 별로 할 건 없어요. 너무 잘하고 있어요."하시던 분이었는데 학기 중에 며칠 간 자리를 비우신 적도 많았고 결정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 비공개였던 아이에게 반 아이들이 있던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온이에게 해오름반(도움반)에 다녀오라고 했던 일이 있었다. 온이는 특교자 비공개 대상자여서 (완전통합-도움반을 가지 않고 원반에서 수업듣는, 으로 다니는 아이들은 비공개가 많은 편) 선생님께서 공개적으로 특교자서류를 전달하면 안되는 사항이었다. 특수교육대상자는 센터에서 치료받는 사안에 대해 사인하고 확인하는 몇 가지 절차가 있다. 그 관련 서류였던 것 같다. 항상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비공개라 조심하려고 선생님께서 사인해야 할 서류가 있다고 하시면 학교로 바로 달려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비공개 사안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특교자 비공개 대상자라면 매년 담임선생님과 개별화 회의때 강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학년부터 덩치가 큰 아이들은 이미 사춘기가 시작되는데, 어떤 한 여자아이가 우리 아이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루는 온이가 "엄마, 어떤 애가 자꾸 밀어."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밀지 말라고 해야지."하고 말았는데 10월 어느 날 현장학습을 다녀온 날, 그 친구가 온이를 계단을 내려가는데 확 밀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친구를 C라고 하자.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C는 식당이나 복도, 선생님이 보지 않는 곳에서 온이가 서 있으면 일부러 밀치고 지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온이가 그냥 실수로 부딪히며 지나가는 줄 알았던 것 같다. 몇 번이냐고 물으니 10번은 넘는다고 말했다. 그 즉시, 담임 선생님과 하이톡을 했고 상황을 전달해 드렸다. 온이에게도 담임 선생님께 직접 말씀드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 후에 어떻게 되었냐면,
C는 담임 선생님께 그냥 실수라고 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온이가 자신을 방해했으니 사과해야한다는 주장을 해서 온이가 C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좀 화가 났지만, 온이가 상황 설명을 잘 하질 못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증거가 없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조차 우리 아이를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계단에서 민 건 잘못한 일이니 사과받았다고 했으나 나중에 C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길, "난 잘못한 거 없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1-2주가 지났을 무렵, 온이가 교실에서 지나가다가 실수로 C의 책상위에 있던 장난감을 떨어뜨렸다. 장난감이라기 보다 미니어처 칼이었다. 그런데 떨어지면서 미니어처의 페인트가 벗겨졌다고 온이에게 돈 3000원을 내놓라고 했다. 온이가 집으로 와서 울면서 C가 돈 가져오라고 했다면서 무섭다고 돈 3000원을 달라고 했다. 담임 선생님과 그 즉시 만나서 상황을 전달했고, 선생님이 나중에 말씀하시길 C가 잘못했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교실에서 대성통곡을 했다는 것이다. 아마 다른 아이들의 동정을 받으려고 한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은 사과를 하라고 했지만 C는 자신은 잘못한 게 없어서 사과를 못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온이가 나에게 전달한 내용이다. 선생님은 사과를 하라고 좋게좋게 말씀하신 듯 하다. 선생님과 만나서 떨리는 마음으로 상황을 전달받고 C에게서 공개적으로 사과받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으나 선생님도 내게 좋게좋게 넘어가길 원하셨다. 이 일은 학기말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학기말이고 선생님도 일이 커지길 원치 않으셨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없으셨다. 내가 판단하기로.
결국, 우리 아이에게 조금만 참자. 하지만 또 이런 일이 생겼을 때는 바로 엄마한테 얘기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C에 대해 동네 아는 엄마들을 수소문해서 알아보았다. 별로 평판이 좋지 않았다. 또래 여자 아이들도 C에 대해 좋지 않게 얘기한 걸 보면. 다자녀인 집이었는데, 엄마가 딸들을 잘 신경쓰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딸 넷 중 세째라는 얘기도 들었다. C의 안좋은 소문, 모두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담임 선생님께서 그걸 어떻게 아시냐고 내게 되물어서 한 두명에게서 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 좀 당황하셨다. 우리 아이를 어떤 아이가 괴롭혔다면 그 평판도 꼭 알아봐야 한다. 우리 아이에게 득이 되는 게 차라리 많기 때문이다. 학기 말이라 사안이 좀 대충넘어가긴 했으나 이번 일을 발판삼아 다음부터는 빠르게 대처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뼈져리게 느꼈다. 증거와 해결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기분이 좋지 않게 4학년을 마무리하고 5학년을 올라갔을 때, 또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학폭담당 선생님과 이야기해야 할 사안이었다.
'특수교육 > 경계선 지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아이가 학폭 피해자가 되었다면, ② ( 그 후 이야기) (0) | 2024.12.26 |
---|---|
느린 학습자의 글쓰기 (0) | 2024.12.10 |
이보람쌤 북콘서트 다녀옴 (2) | 2023.11.30 |
느린 학습자의 한글 공부 (4) | 2023.09.13 |
느린 학습자의 여름방학 공부 (2) | 2023.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