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이어서 온이가 5학년이 되고, 3월 중순쯤이었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하이톡이 왔다. 긴급한 사안이니 전화로 상담드려야 할 것 같은데 언제가 좋은지 말씀해달라고 하셨다. 순간 '덜컹'하는 마음이 들어 불안했다. 보통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오는 것을 엄마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많기에.
내용은 아이가 담임 선생님께 자신이 장애인인지, 장애인이어서 친구들에게 인정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상담요청을 했던 것이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몇 몇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우리 아이에게 "너 장애인이냐? 맞지? 너 맞지?" 이런 식으로 추궁을 했는데, 담임 선생님이 없는 자리에서 물어보았을 뿐더러 사이가 좋았던 아이들이 아니었다. 그 아이들은 우리 아이에 대해 비아냥대는 식으로 말했고 심지어 학급 수업공개 평가자리에서 나더러 들으라는 듯이 자기는 말 똑바로 못하고 발음 안좋은 애는 싫다고 말했던 상황이었다.
나는 그 즉시, 그 아이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생님께서 그 아이들에게 전달해 주실 것을 말씀드렸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의 학교 선생님들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하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먼저 "어떻게 하시면 좋으시겠어요?"라고 말씀주신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들이 우리 아이에게 언어폭력을 가했고 이 부분은 가르쳐 주십사 말씀드렸었다. "장애인이냐" 이렇게 추궁하는 것 자체가 언어폭력임을 인지시키는 게 중요했다. 우리 온이에게도 아이들이 잘못한 부분이며 너가 사과받는 게 맞다라고 말했고, 선생님께 상담요청을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께 혼나서 기분이 나빴는지, 우리 아이를 더 괴롭히기 시작했다. 담임 선생님 말씀에,쉬는 시간에 그 아이들이 온이를 따로 나오라고 하는데 온이가 나오지 않자 손목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려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하셨다. 당연히 부정적인 상황이었고, 담임 선생님께서는 그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고, 나에게 전달해 주셨던 것이다.
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온이에게 그 아이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다. 편지를 쓰게 한 이유는 나중에 학폭으로 정말 연루가 된다면 적어도 우리 아이는 피해자임에도 화해를 하려 노력했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우리 아이 손목을 잡아당긴 그 친구의 이름이 L이라고 하면 "L이 왜 자신을 괴롭히는지, 본인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다만 새학기니까 앞으로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부탁이다."와 같은 내용으로 편지를 썼고, 바로 다음 날 담임 선생님이 계실 때, 편지를 전달하라고 했다. 자, L이라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반성할 여지가 있었다면 편지를 받았겠지만 그 L이라는 아이는 우리 아이 편지를 받자마자 그 뒤에 온이를 비난하는 답장을 썼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그 편지를 중간에 보셨고 다시 연락이 왔다.
나는 담임 선생님의 연락을 받았다. 그 사이 그 L이라는 아이는 우리 아이에게 험한 말, 욕 등등을 또 한 모양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심각하게 말씀하셨고, 나는 그 아이들의 부모님께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말씀드렸다. 언어폭력 정도에서 아이들을 훈계해보려던 나의 생각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상대방 부모님이 사과를 하지 않으시면 학교폭력위원회를 열 생각이었다. 혹시라도 몰라 특수교육대상자인 우리 아이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학폭 피해자가 특수교육대상자일 경우, 가해자는 징계가 더 무겁다. 하지만 온이가 비공개 특수교육대상자라서 더 보호될 만한 요지가 없다고 들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학교 내 학폭 담당 선생님과 통화하도록 연결해주셨다. 다행히 학폭 담당 선생님께서는 좋은 선생님이셨다. 이미 사건을 다 알고 계셨고, L이라는 아이의 학교 평판도 파악하고 계셨다. 그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했던 험한 말도 다 알고 계셨다. 다행히도 가해자의 학부모도 내게 전화로 죄송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더 다행인 건 그 친구가 바로 다음 학기에 전학을 갔다는 점이다.
위 사건 모두 발생부터 마무리 짓기까지 일주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가해자던 피해자던 빨리 인지하고 사과든 무엇이든 빨리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온이에게 4학년 때 있었던 일들 때문에 학폭 관련된 이와 비슷한 일련의 일들은 단기간에 마무리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학습효과 덕을 본 것이다. 4학년 때 상대방 아이는 우리 아이 모르게 실수라며 연거푸 치고 지나갔던 일들이 장시간에 걸쳐 있었던 일이라 아마 상대방 아이도 자신이 잘못한 일인지도 희미해질 때쯤 내가 인지한 일이라 또 무엇보다 증거가 없었다. 학폭 사건도 증거가 중요하다.
그 후,
학폭과정에 대해 담당 선생님과 상담을 했었는데, 피해자 측에서 학폭위원회를 열겠다고 해야 가해자 아이와 분리할 수 있어서 우리 딸은 어쩔 수 없이 한 학기는 그 친구와 교실에 있어야만 했다. 사실 그 1학기 내내 우리 딸은 그 L이라는 친구가 무섭다며 학교 가기싫다고 자주 말했었다. 사건이 해결되었음에도 작은 폭력사건은 트라우마가 남는다. 담임 선생님과도 지속적으로 그 아이에 대해 분리해줄 것을 요청드렸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할 수 있는 일은 L과 우리 딸이 최대한 교실에서 멀찌감치 앉게 하는 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L이라는 친구 외 다른 친구들은 사과받지 못했다. 뒤에서 우리 아이에 대해 욕하고 하는 일들은 학교 밖에 있는 엄마는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혹시 몰라 그 아이들의 전화번호도 물어물어 구했지만,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일조차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그냥 포기했다.
마냥 좋기만 할 수도 없는 학교 생활이다. 돌이켜보면,
학폭의 가해자건 피해자건 트라우마는 남는다. 그러지 않으려면 부모의 조속한 개입이 필요하다. 물론 담임 선생님과의 협치가 너무나 중요하다. 이 일 이후로 담임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들 대놓고(?) 편애하셨다. 경계선 지능인 우리 아이같은 아이들은 교실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반 아이들도 우리 아이를 좀 더 가깝게 대하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항상 혼자서 쓸쓸히 하교를 하던 아이가 가끔은 반 친구들이 같이 놀자, 같은 이야기를 먼저 건넸다고 웃으며 말하는 딸 아이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요즘 학교 선생님들이 어렵다는 것은 너무 잘 안다. 특수교육을 하시는 선생님들도 힘들어하시는 거 너무 잘 안다. 더구나 요즘 학교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더 많아지고, 인력은 부족하고, 진상 학부모도 많아지고 하니 얼마나 힘드실까. 같은 자식 키우는 엄마로서 젊은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짠해진다. 하지만, 선생님의 태도 하나 하나에 좀 더 약하고 고립된 아이들이 정말 많이 바뀌고 달라진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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